달보이스 - 귀로 듣는 즐거움
망설이다. (자작시)
오름별의 낡은 서재
00:03:30
우리의 망설임, 그리고... 정거장.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는 나의 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우리의 망설임, 그리고... 정거장.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는 나의 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망설이다
낡은 크로스백.
은 고리는 세월에 발가벗겨져
구릿빛 알몸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한 여자.
흘러가는 열차를 뒤로 한채
모래가 수북이 쌓여있는 정거장 앞에 선다.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손 장난을 치는 바람이 말했다.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고.
가방을 끌어안은 여자는
홀로 버티고 있는 의자 위에
미적지근한 엉덩이를 붙였다.
분명 많은 이들이 이곳에 발을 디뎠으나.
모두 갈 길 찾아 서둘러 떠나고
고요한 적막만이 이곳에 주인이 되었다.
다음 열차가 올 때까지.
텅 비어버린 정거장 위로 위태롭게 외줄을 타는 여자.
찬 바람을 타고 노을이 내려온다.
주위가 온통 황홀하고 서늘하게 반짝였다.
그리고 그때
* 않고자 닫았던 여자의 눈꺼풀이 열리고
여자는 웅크려 안았던 가방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순간 가지런하게 놓인 철도가 출렁거렸다.
열차가 여린 마음을 가로질러 들어온다.
그러나.
그곳엔 가지 않을 것이다.
같은 자리만을 도는 열차는 말했다.
볕이 드는 창가.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이 있다고.
자신의 외벽은 단단하니 위험도 슬픔도 막아줄 수 있다고.
하지만 여자는 알고 있었다.
그가 허무함 앞에선 손쓸 도리 없이 무너진다는 것을.
공허함을 따라 허공에 흩어질 것을.
여자는 말없이 걸었다.
구부러진 계단을 걸었다.
여자를 바라보던 파란 간판이 무심하게 말했다.
너는 결국 돌아올 것이라고.
여자는 말했다.
그리고 다시 떠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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