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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인은 정해져 있었다_이루한
수신인은 정해져 있었다_이루한

⠀⠀⠀‭ ⠀ Creator    0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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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은 말했다.편지는 언제나 수신인에게 도착한다고.수신인은 정해져 있었다.그런데 나는어디서..라캉은 말했다.
편지는 언제나 수신인에게 도착한다고.
수신인은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나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잘 지냈느냐고 묻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
보고 싶었다고 말하기에는
그 말 하나가 너무 늦었다.
그래서 썼다가 지우고,
다시 썼다가 찢었다.
하고 싶었던 말들은
문장이 되기도 전에
몇 번이고 내 손에서 죽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마침표를 찍었다.
수신인은 정해져 있었지만
주소는 끝내 적지 못했다.
네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가 아니라
내가 어디까지 가야
너에게 닿을 수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어쩌면
너에게 닿고 싶은 마음보다
닿아버린 뒤의 내가 더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편지는
봉투 속에 남겨두었다.
보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보낼 수 없었다고 말하면
조금은 덜 비참할까.
하지만 알고 있다.
내가 이 편지를 보내지 않은 것은
네가 받을 수 없어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네가 받아줄까 봐서였다는 것을.
라캉은 말했다.
편지는 언제나 수신인에게 도착한다고.
그렇다면 이 편지도
어딘가에는 도착했을 것이다.
네가 아닌 곳에.
내가 아직 너를 기다리던 시간에,
끝내 너를 놓아주지 못했던 나에게.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
이 편지의 수신인은
처음부터 너였지만,
도착해야 했던 사람은
결국 나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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