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보이스 - 귀로 듣는 즐거움
길 (자작시)
오름별의 낡은 서재
00:02:55
나의 낯부끄러운 알맹이만을 남기고 모두 태워 사라지기를.길나 어두컴컴한 길 ..나의 낯부끄러운 알맹이만을 남기고 모두 태워 사라지기를.
길
나 어두컴컴한 길 따라
산기슭 헤치고
아스팔트 깔린 빛바랜 길을 걸었네.
내일은 내가 무슨 길을 걸을지.
그 누구도 모를테야.
그렇게 마냥 걷다.
내 조막만한 몸뚱아리를 관통하는
소름끼치는 무언가를 느꼈네.
털이 바짝 곤두서고
이가 딱딱 부딪히며 온 천지가 요동을 쳤지.
하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나를 두렵게 만드는 것은
보이지 않았네.
그래.
나의 공포는 근본도 없이 썩어 문드러진 나무.
마치 상어 그림을 보고 까무룩 놀란 격.
그것은 심연 속에 머리를 처박고
꼬리만 유유히 흔들었네.
아무리 머리를 흔들어제껴도
까만 덩어리는 짓물러서.
가슴에 덕지 덕지 들러붙었지.
그래서 훠이 가라.
훠이 가거라.
매일 동이 트는 남쪽 용광로
그 펄펄 끓어오르는 태양으로
나는 몸을 던졌네.
모든 것이 새카맣게 타버리라고
그렇게 두꺼운 껍질 태워서.
낯부끄러운 알맹이만 남으라고.
그리고 별 부스러기를 모아.
이내 쪼그라든 몸을
가만히 뉘이겠다고.
오늘도 나는 어두컴컴한 길 따라
산기슭 헤치고
아스팔트 깔린 빛바랜 길을 걸었네
내일은 내가 무슨 길을 걸을지
그 누구도 모를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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